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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방법이 절대선(善)일까?… 지혜로운 환자에게 세상을 배운다

 

중소기업에서 평생을 바쳤다는 주름수술 환자의 이야기다. 근로자 5명의 조그만 회사에서 일이 바쁘고 각자 생활도 녹녹치 않으니 회식을 별도로 정해놓은 것도 없다. 퇴근하다 사장의 마음이 동하면 간단히 소주 한잔 하는 것이 회식이라면 회식이다. 굳이 공식 회식이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12월31일 오전에 공장 정리하고 종무식 겸 연말회식을 하는 정도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니 개인사정이 있더라도 몇 명 안 되는 직원들은 당연한 듯 소주 한잔하자는 사장의 권유에 따르며 즐거운 회식을 했다. 회식 자리라 해봤자 기껏해야 삼겹살에 소주이거나 순대국 막걸리 수준이었다. 가끔 하는 회식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다들 조금이라도 자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여기까지는 회사 사장이 독재니 권위적이니 직원의 사생활을 무시하니 등의 불만이나 의사결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비판은 직원이나 사장 모두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메뉴나 날짜에 상관없이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항상 기다려지는 행사였다.
 
그런데 회사가 조금 커져서 인원도 늘어나고 수익도 늘어나서 회식을 자주하게 됐다. 삼겹살 소주가 아니라 소고기, 생선회로 발전하게 되자 자주하는 회식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식 날짜를 일방적으로 정한다는 둥, 금요일은 개인 약속이 많으니 피해줘야 한다는 둥, 나는 생선회를 못 먹는다 둥 등등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불만을 없애고 모두가 즐거운 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장님께 건의해서 가능하면 민주적으로 모든 걸 결정하기로 했다. 우선 이번 달에 회식을 할 건가에서부터 투표를 하게 한 다음, 한 명 한 명 개인이 원하는 날짜를 신청 받고 조정을 거쳐서 날짜를 정했다. 회식 메뉴도 개인의 취향에 따른 개별적인 신청을 받아서 조정과 조정을 거쳐서 어렵게 정해서 드디어 회식하는 날이 되었다.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모든 직원의 의견을 각 부분별로 개개인을 확인해서 정했으니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가장 즐겁고 가장 행복한 회식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한 친구는 날짜가 내가 원하는 날짜가 아니어서 섭섭하고, 다른 친구는 메뉴가 내가 원하는 메뉴가 아니어서 불만스럽고, 또 다른 한 친구는 이번엔 회식을 하지 말고 다음 달에 해야 했었다고 볼멘소리다.
 
정작 회식 횟수가 늘어나면서 불만이 쌓이는 것 같고 회식이 기쁘고 즐거운 자리가 아니라 내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불만이 드러나는 날로 인식됐다. 회사는 돈은 돈대로 들고, 의견 수렴하느라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고, 직원사이에선 회식이 행복하지 않는 불만스런 행사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회식이 없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배려하고 조정해서 가장 이상적이라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한 회식이, 어떻게 개개인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는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회식보다 훨씬 불만이 많고 회식의 효과가 떨어질까? 왜, 그 이유가 뭘까?
 
지상 낙원을 이루어 줄 것 같은 민주적인 방법이 왜 불만이 더 심하고 회식 분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까?
 
고민하던 친구에게 빙그레 웃으시던 나이 든 사장이 답을 일러 주더란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적인 방법이 회사의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방법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란다.
 
민주적이란 것이 절대 선으로 배웠었는데, 민주적인 것도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렇게 결과가 다르구나 생각하는 순간 그 어르신은 말씀하시기를 목적을 나쁘게 바꾸면 가장 민주적인 것이 조직을 파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하신다.
 
오늘도 지혜로운 환자에게 세상을 배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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