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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 확인해 준 주름수술

▲ 사진은 위 내용과는 관계 없음 / photo by pixabay

6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힘은 없어 보이지만 반짝거리는 눈은 매우 인상적이다. 미국에서 왔다고 했다. 모시고 온 동생이 “마리오넷 입가주름을 시술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건 환자가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생이 상담을 주도하고, 환자 당사자는 듣고만 있으라는 듯 모든 걸 동생이 나선다. 많은 상담을 해봤고 인터넷으로도 많이 알아봤는데 자가진피재생술 밖에는 믿을만한 것이 없어서 수술받길 원한다고 했다.
 
상담과 수술결정을 동생이 주도하고, 심지어 “언닌 그냥 내가 하는 대로 가만히 좀 있어봐”라고 할 정도로 동생이 나서기에 무슨 일인지 자못 궁금해서 물었다.
 
“우리 언니는 언니가 아니예요. 우리 부모예요. 언니가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들이 고아가 됐을 때부터 언니는 어린 우릴 키우기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도 밤일하면서 우릴 공부시켰어요. 또 형제 모두를 미국으로 이민 가도록 이끌어줘서 오늘 우리가 있는 거예요. 내년에 언니가 칠순이예요. 언니 칠순 기념으로 모든 형제들이 돈을 모아서 어머니 아버지 산소에도 성묘하고, 옛날 우리가 자라던 우리 집도 보고, 언니 주름수술 해 드리려고 한국에 왔어요.”
 
그 말을 듣던 언니가 여태 입을 닫고 있다고 봇물 터지듯 말을 한다.
 
“10년 전만 해도 난 내가 배가 곯아도 가족이 배가 부르면 난 배가 부른 것 보다 더 가슴이 뿌듯했고 행복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부른 게 아니라 내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 정확하겠지요. 그런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가 행복했던 때는 자식이나 동생이나 모두가 내가 아니면 죽는 줄 알았던 그때 였어요.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긍지였고 자부심이었어요.
 
근데 이젠 그들이 나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아요. 내가 늙고 무능해진 걸 알아버렸어요. 아니 그들이 유능해진 거겠지요. 옛날 등이 휠 것 같은 책임감의 무게가 지구 중력을 역행해서 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큰 나의 행복이었고, 내 자존심과 자부심의 크기였는데 이젠 책임감이 중력을 그대로 받아서 나를 짓눌러요. 중력을 무시할 수 있었던 사랑의 열정이라는 내 가슴의 용수철이 이젠 탄력을 잃어버렸어요.
 
내가 능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그들이 나를 덜 필요로 하는 것같이 느껴져요. 언젠가 귀찮은 사람이 되겠지요.
 
사랑이 있는 고생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어른의 말씀이 생각나요. 그런데 요사이 사랑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든 고통을 잊어버릴 만큼은 아니네요. 영어로 말하면 ‘I love you But not that much’쯤 되지 않을까 싶네요.”
 
칠순 언니 하소연이다.
 
듣고 있던 동생은 “언니! 이젠 마음을 내려놓고 살아. 언니의 인생을 살으라고. 책임감으로 짓눌려 살지 말고. 어린 동생들도 모두 밥벌이하고 살잖아.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젠 언니에게 장하다 수고했다 하실거야”라고 말을 한다.
 
대답하는 언니는 “그래도 내가 동생 덕에 주름수술을 하니 아버지한테 죄송스러워요. 동생들이 잘살아주니 고맙기도 하고요”라고 한 마디 더 보탠다.
 
의사인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입가 주름이 펴져있는 한 동생들의 사랑이 느껴지실 테니 행복하셔도 됩니다. 충분히 행복하실 자격이 있습니다.”
 
주름수술이 희생의 보답이 되는 가족사랑의 순간이다. 사실 이런 사랑으로 우린 힘든 시절을 이겨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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