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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전신마비 아내 간병한 '일상의 성인'


▲ 일러스트=이철원 / photo by 조선DB

세상에는 성인이라고 인정받는 분들이 참 드물다. 심지어 기적을 행해야 성인이라고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 성인이라고 세상이 인정해도 일부에서는 사생활의 영역까지 세밀히 뒤져서 성인이 아니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 최고의 성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기적을 행하는 신적인 성인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저 멀리 다른 나라 성인같이 느껴져 공감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가까이서, 우리의 모습을 하고, 우리의 삶을 살면서,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즐겁고 기뿐 마음으로 행복하게 행하고 있는 분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한다.
 
이 분은 본래 군인이다. 군에서 국가에 충성하여 국난을 극복하는데 일조했다.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어도 특수부대에서 장군으로 예편했으며, 젊은 위관 시절에 이미 정식으로 동인지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시인으로 활동했다. 3권의 시집을 발표했고, 예편 후 대학에서 시문학을 강의하는 교수였다. 여기까지는 시를 쓰는 로맨틱한 훌륭한 군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이 뇌경색이 일어나 전신마비에 말을 못하고 음식 삼키는 것도 힘든 상태가 됐다. 나는 의사로서 옆에서 지켜보며 전신마비환자의 간병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절망스런 마음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이분은 성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전신마비환자는 자신이 몸을 움직여서 돌아누울 수 없기 때문에 1시간30분 간격으로 자세를 바꾸어 돌아 눕혀야 한다. 동시에 그동안 눌렸던 피부를 마사지해서 혈액순환을 시켜줘야 한다. 만약 1시간30분 이상 피부가 눌려 있으면 피부에 혈액순환이 나빠져 피부조직이 썩는다. 이걸 욕창이라고 한다. 이걸 한번이라도 안하면 두 번째부턴 피부조직이 썩어서 욕창이 생기고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대소변을 철저히 관리해서 피부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일이 밤에도 휴일에도 예외 없이 행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일은 부수적인 일이다. 이런 이유로 중환자의 간병은 8시간씩 3직 3교대로 하기를 권한다. 3직 3교대로 간병을 해도 대학병원 근무했던 7년간 관찰해 본 결과 의식 없는 장기 입원환자가 욕창이 없는 경우를 보지를 못했다. 그만큼 의식 없는 환자의 간병이 어렵다.
 
내가 아는 우리의 성인은 간병에 성공하여 부인의 어디에도 욕창이 없다. 부인을 위해 의식 없는 14년 동안 직접 밥하고 반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병원 모시고 다니고…. 1시간 반 이상 침대에 누운 적 없이 소파에서 1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환자를 돌아 눕히고 목욕시키고 마사지한다. 부인이 우울해 할까봐 저녁 식사 후 잠시 부인 앞에서 노래와 춤을 추고 재롱을 떤다. 왜? 간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인이 즐겁고 행복해야 자신도 행복하니까.
 
교수직을 그만둔 지 10년이 훨씬 넘었건만 그때의 제자들이 아직도 수시로 찾아온다. 스승으로서도 성공한 사람이다.
 
또한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국가에 대해 너무 감사해 하고 충성심이 넘친다. 왜냐하면 모든 생활이 청렴결백해서 숨겨놓은 돈도 전혀 없고 군에서 받는 연금을 너무 감사해 한다. 국가에서 주는 연금이 사랑하는 부인과 자신의 생명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군 특수기관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부러운 삶이다. 남한테 전혀 꺼릴게 없고, 국가에도 충성을 다 바친 인생이다.
 
30여년 충성을 다한 군인이고, 떠난 지 10년이 넘어도 잊을 수 없는 교수이면서 인정받은 시인이고, 부인의 간병을 완벽하게 해낸 성인이다. 의사하면서 이런 사람을 한 번 보고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정도면 우리 곁의 성인이라 부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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