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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진성형외과소개> 진세훈 원장 칼럼
"의사는 환자의 흉터를 보고 환자의 마음과 대화할 수 있어야"

 

얼굴에 움푹 파인 여드름흉터가 가득한 젊은 친구가 하루는 병원에 찾아왔다. 경상도 남해에서 올라왔다는 이 환자는 전형적인 남해 말씨에 옷차림까지 굳이 자신의 직업과 고향을 말하지 않아도 충분이 추측이 될 만큼 특별한 이미지로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
 
허름한 추리닝차림에 어깨에는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가방에는 톱이랑 연장이 가득했다. 햇빛에 그을린 검은 구릿빛 피부에 가려진 움푹 파인 얼굴의 여드름흉터가 보이는 그런 촌스런 모습이지만 자신감과 당당함이 넘쳤다. 목수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줬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목수 일을 하는 것이, 취직 못해서 학원을 오가며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들들을 걱정하는 주변의 친구들을 둔 나이든 의사 눈에는 참 기특하고 듬직해 보였다. 더구나 내 고향 경상도 사투리를 한 점 오염(?)없이 주저 없이 구사하는 그 모습은 조심성 없어 보인다고 느낄 만큼이나 당당하고 거침없는 자세로 보여 참으로 마음을 들었다.
 
“목수일이요? 밖에서 계속 일해야 된다는 거 빼고는 참 괜찮은 일이지예. 10년짼데 쪼끔씩 배우면서 내만 할 수 있는 장기를 키아 가는 기 재밌기도 하고요. 인자는 한옥 짓는 대목장이 내를 찾아 준다니까요. 거다가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귀염 받고 대접 받고 일하고 있지예.’
 
거기다 나이든 의사인 나를 칭찬까지 해주니 더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었다.
 
“제가 여드름흉터 때미네 인터넷에서 마이 찾아 봤거든요. 그동안 지방에서 좋다카는 거는 다해 봤는데 하는둥 마는둥 하드라꼬요. 원장님 홈페이지를 샅샅이 읽어봤는데 저도 어지가니 알고 왔심니다. 원장님 만만찮은 나이에 시술방법도 개발하고 논문도 쓰고 한국 미국특허도 받고 대단합니다. 젊은 의사들도 요새는 전부 레이저만 하든데….”
 
고향후배 같은 친근감도 느껴졌다. 얼굴이 워낙 검게 그을려서 패인흉터가 눈에 별로 띄지도 않은 반면 수술비가 만만찮아 약간 걱정도 되고 해서 진지하게 물었다.
 
“패인흉터가 심하기는 하지만 피부가 검어서 별로 표시도 안 나고 앞으로 계속 햇빛 아래서 일을 해야 하니까 꼭 여드름흉터 치료를 해야 하겠느냐. 그냥 그대로 생활해도 별로 애로사항이 없지 않느냐’라고 넌지시 물었다.
 
그랬더니 그 젊은 환자의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원장님이 그 카듯이 딴 사람들도 그카대요. 그런데 그거는 내 얼굴 흉터하고 원장님하고의 관계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나는 내 얼굴의 흉터하고 나하고의 관계예요. 흉터가 아무리 크든 작든, 흉터가 표가 나든 안나든 흉터 위치가 위에든 아래든 상관없이 내 마음에 흉터가 내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느냐 하는기 중요해요. 원장님 개발하신 ‘흉터자가진피재생술’이라 카는 거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흉터가 파인 거는 올라오지만 흉터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무식해도 압니더. 그래도 인자 지는 여드름흉터로 괴로왔던 내 젊은 시절과 이별하고 싶어예.”
 
실력만이 최고라고 믿던 의사가 환자에게 배운다. 흉터를 객관적인 사실로 판단하지 말자. 환자의 흉터와의 대화를 최고라고 생각하면 실력 있는 치료사가 된다. 의사는 환자의 흉터를 보고 환자의 마음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젊은 목수가 내 마음을 매끈하게 대패질 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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