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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성형을 말렸더니… 환자에게 훈계 받는 의사


▲ 일러스트=이철원 / photo by 조선DB

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찾아오셨다는 노신사. 시력장애자이시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판단해서 예방주사 스케줄에서도 빠질 정도인 천연두를 어릴 때 앓은 60대 후반의 남자분이다. 천연두를 심하게 앓았던 흔적이 얼굴과 특히 코 주변에 심하다. 이렇게 심한 함몰흉터가 얼굴전체에 있는 경우는 37년의사 생활에 처음 보는 것 같다. 시력도 천연두로 인해 잃으신 것 같아 안타깝다. 너무 심각한 표정이어서 시력을 잃은 이유를 감히 물어 보지도 못했다.
 
함몰흉터를 치료하시겠다고 한다. 물론 전문적으로 시술하고 있는 흉터 자가진피재생술을 하면 함몰된 흉터는 올라올 수 있다. 마취하지도 않고 시술 후 48시간 경과한 뒤 염증만 없으면 치료가 끝난다. 부작용도 미세한 염증과 1,000명당 1명이라는 알레르기 밖에 없으며, 그 알레르기도 연구논문에 따르면 치료하지 않아도 3~4주 지나면 자연 소멸된다고 보고돼 있다. 이 시술법은 이미 최고수준의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었고, 7년 가까이 시술기간 동안 확인된 방법이다.
 
하지만 이 환자는 얼굴 전체에 심한 박스형 함몰흉터가 덮여 있다. 나이도 60대 후반이라 시술한다고 해도 여드름흉터와 다르게 편편하게 올라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거기다가 시력장애도 있어서 과연 수두흉터를 치료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옳은지 고민이 앞섰다. 고민을 거듭하다 “시력장애도 있으시고, 연세도 높으시고, 흉터가 완전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수술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수술을 적극 말렸다.
 
그랬더니 진지하게 훈계를 하시기 시작한다. “못생긴 사람도 성형수술하고 싶다. 아마도 잘 생긴 사람 보다 더 절실할 거다. 학교 성적이 꼴찌라고 해서 공부 안 해도 되냐. 성적이 나쁘면 공부 열심히 하면 안 되냐. 원장님 말씀은 열심히 공부 안 해서 꼴찌 하는 것을, 그 꼴찌는 더 이상 공부 안해야 하고, 학교도 가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강하게 성토하듯 일러준다.
 
자신과 같은 눈 먼 사람도 TV보고 영화 보러 간단다. 나는 깜짝 놀랐다. 시각 장애인도 영화 보러 간다고! 그래서 영화관에 가실 수는 있지만 영화내용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환자가 한 마디로 간단히 설명한다. “의사선생님도 옛날 라디오로 연속방송극 들으신 적 있지요. 선생님은 영상 없는 라디오 연속방송극을 들으면서 봉사가 TV보고 영화관에 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느냐”고 나무라신다.
 
깜깜한 시각장애인의 세계에도 어김없이 가슴속에는 뜨거운 태양도 뜨고 찬란한 꽃도 핀다는 얘기다. 못난 의사가 조금 잘난 척 하려다 봉변당한 격이다. 의사의 양심을 기준으로 못난 양심 내세우며 허세를 떨다가 크게 혼났다.
 
성형수술은 질병 치료가 아니다. 질병은 의사가 전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의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 주관적인 판단을 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성형수술은 질병 치료가 아니니 의사가 전문적인 지식으로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설명해서 환자가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하는 것이 성형외과의사의 책임이다.
 
단지 돈을 벌기위해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로 오해 받기 싫다는 이유로, 나의 기준으로 환자에게 수술을 말렸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내 마음 살피는 것 보다 더 어렵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전체를 시술하는 건 말렸다. “일단 일부를 해보시고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결과를 확인한 뒤 조금씩 해나가시는 게 어떠냐고….”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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